목요일, 07 2월 2013 22:09

“한인 교회 떠난 2세들, 그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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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교회 떠난 2세들, 그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피터 차 교수, “복귀 당분간 지속될 듯…다만 갈 곳 많지 않을 뿐”

'Silent Exodus'(조용한 탈출). 1990년대 초반부터 한인 2세들이 썰물처럼 이민 교회를 빠져나갔던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대학 입학을 전후해 교회를 떠나기 시작했던 2세들 중 상당수는 미국 대형교회에 흡수되거나 아시안 2세 교회를 찾기도 하고 일부는 아예 교회를 떠나기도 했다. 한인 교회들은 저마다 ‘2세를 위한 교회’라며 표어를 내걸었지만 프로그램을 흉내 내는 정도로 그들을 붙들어둘 순 없었다.

그런데 1세 교회를 떠났던 2세들이 최근 들어 돌아오기 시작했다. 트리니티신학대학원의 피터 차 교수는 "2~3년 전부터 워싱턴·시카고·뉴저지 등 중동부 지역의 몇몇 한인 교회에 매년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2세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30~40대의 자녀를 둔 2세들이 대부분이다. 1세 교회가 싫어서 미국의 주류 대형교회에 들어갔던 2세들이 10여 년이 지난 지금 제 발로 돌아오고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또 그들은 어떤 교회를 찾아서 돌아올까.

아시안 2세 목회자들의 모임인 PALM(pastoral and laity ministries) 정기 세미나에 강사로 참석했던 차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다시 돌아오는 2세를 위한 사역의 향방을 가늠해봤다.

▲ 피터 차 교수는 "2세들이 1세 교회로 돌아오는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며, "그 사람들을 받아 줄 수 있는 교회가 몇이나 되느냐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몇몇의 대형교회에 2세들이 집중되는 것보다 여러 중소형 교회들이 이러한 기회를 잘 이용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 더 건강할 것 같다"고 말했다.

2세들이 왜 돌아오는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자녀 때문이다. 20~30대 2세들은 탁월한 설교를 들을 수 있고, 전문화된 프로그램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미국 대형교회를 찾게 된다. 그런데 막상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게 되면 ‘우리 아이들은 어느 교회에서 길러야 하나’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미국 대형교회의 주일학교는 백인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육아와 신앙 교육에서 겪는 미묘한 이질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인 교회가 여러 가지로 불완전했지만 다른 2세 친구들과 울고 웃으면서 어울렸던 공동체에 대한 기억이 추억처럼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부모가 경험했던 한인 교회 공동체에서 아이를 양육하고 싶은 것이다.

두 번째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2세들이 늘어나면서 온가족이 함께 신앙 생활할 수 있는 공동체를 찾게 되는 경우다. 부모님들과 같이 사는 2세들의 경우 자신이 미국 교회로 가게 되면 부모님은 한국 교회로 보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부모님과 함께 갈 수 있는 교회를 찾다가 1세 교회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 그들이 찾는 교회가 어떤 교회인가.

건강한 교회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94년에 UCLA에서 LA 지역 한인 교회 중고등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회 분열을 경험한 횟수’를 설문조사한 결과, 68% 1번, 30%가 2번 이상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자라면서 교회 분쟁을 겪어온 이들은 교회의 분위기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한다. 때문에 1세 목회자와 2세 목회자 간에 사이가 안 좋거나, 1세 리더들이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리더십을 행사하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갖는다. 수많은 2세들과 인터뷰하면서 조사한 결과 2세와 1세 간의 수평적이고 독립적인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건강한 교회를 원했다.

2세 담당 사역자들이 사역의 주도권을 갖고 장기적으로 사역할 수 있는 환경이냐는 것도 2세들이 교회를 찾는 중요한 척도다. 2세들은 한인 교회 다니면서 EM 사역자들이 오래 견디지 못하고 교회를 떠나는 일을 숫하게 봐왔다. EM 담당 사역자가 뭔가 해보기도 전에 담임목사의 등살에 못 이겨 쫓겨나곤 했기 때문에 2세 담당 사역자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1세와 2세 목회자가 동등한 관계에서 함께 비전을 나누고 서로 세워주는 팀 사역이 가능한 교회를 2세들은 원한다.

2세들은 또 결혼한 장년층까지 수용할 수 있는 교회를 찾았다. 기존의 1세 교회는 2세 사역을 중고등부 정도로 인식해 교회의 여러 부서들 중에 하나로 여겼다. 하지만 2세들의 연령층이 유초등부에서부터 청장년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2세들은 다양한 연령층을 받아줄 수 있는 독립적인 사역 공동체가 준비된 교회를 찾고 있다.

▲ 2세들이 무작정 한인 교회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차 교수는 2세들이 미국 교회가 불만족스럽기 때문에 한인 교회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조건을 갖춘 교회가 없다면 2세들의 복귀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지 모른다고 차 교수는 설명했다.

그럼 준비되지 않은 1세 교회에도 2세들이 찾아올까.

그렇다고 2세들이 무작정 한인 교회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미국 교회가 불만족스럽기 때문에 한인 교회로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들은 미국 교회에서도 만족스러운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다만 초대형 미국 교회처럼 설교나 프로그램이 탁월하진 않더라도 합리적이고 건강한 한인 교회가 있으면 돌아오겠다는 것이다. 만약 앞에서 말한 조건을 갖춘 교회가 없다면 2세들의 복귀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EM 사역을 했던 1.5세 목회자들이 돌아오는 2세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1세 교회에서 EM 사역을 경험했던 1.5세 목회자들이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좋은 역할 모델을 보여주고 있는 몇몇 한인 교회들을 보면 담임목사(Senior pastor)가 1.5세 출신 목회자인 경우가 많다. 1.5세 목회자들이 EM 목회 경험이 있기 때문에 2세들의 필요나 상황을 알고 잘 수용하는 것 같다. 또 그들은 양쪽의 언어와 문화가 익숙하기 때문에 1세와 2세가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연합적인 교회를 만들어나가는데 효과적인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5년 사이 1.5세들의 신학교 진학률이 현저하게 낮아졌다. 1.5세 리더십의 감소는 한인 교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새로운 차원의 도전이다.

뉴욕에도 2세들이 돌아올 수 있는 교회가 준비되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뉴욕·뉴저지에서 가장 많은 한인 2세가 리디머에 몰려있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자 나쁜 소식이다. 젊은 2세들에게 아직 영적인 갈급함이 있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왜 그들이 그곳으로 갈수밖에 없느냐는 질문도 동시에 가져야 한다. 떠났다가 돌아오는 2세들, 특히 30대 40대 2세들을 한인 교회가 수용하기 위해선 2세 목회자들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 1세와 2세 목회자들이 협력해야 한다. 그것이 남아 있는 가장 크고 중요한 숙제다.

그러기 위해선 1세 목회자들에게 이중초점(bifocal)이 필요하다.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관점 말이다. 당면한 문제 해결에 급급하면 장기적인 사역 방향을 놓치고 만다. 이민자 수가 줄지 않는 중국 교회는 갓 이민 온 1세 사역에만 집중해도 어려움이 없겠지만, 한인 교회의 경우는 2세 목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시 말해 2세 목회에 대한 고민은 곧 한인 교회의 미래와 직결되는 것이다.

2세들이 1세 교회로 돌아오는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문제는 그 사람들을 받아 줄 수 있는 교회가 몇이나 되느냐는 것이다. 몇몇의 대형교회에 2세들이 집중되는 것보다 여러 중소형 교회들이 이러한 기회를 잘 이용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 더 건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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